2013년 11월 23일 토요일

산 넘어 산 : 데네브 955 -> 비쉐라 FX 8350 업글기


 작년에 램을 8기가로 올렸고, 봄에 라데온 7850을 샀고, 저번달에 SSD를 샀다. 게다가 고장난 스피커를 새로 사서 내 통장은 궤양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러나 오랫만에 다시 잡은 와우가 문제였다. 내 데네브 955는 25인 레이드에서 20프레임 밑에서 놀았고 나는 화가 났다. AM3+보드를 쓰고 있던터라 선택지는 두가지였다. 데네브만 팔고 비쉐라 8350으로 바꾸느냐(20(구매)-7(판매)=13만원), 보드까지 다 팔고 인텔로 옮기느냐(37-10=27만원). 항상 생각하지만 와우를 하려면 인텔-지포스 조합을 써야한다. 중저사양 이상 게임에서 AMD CPU는 쿼드코어건 옥타코어건 듀얼코어 인텔 제품만도 메리트가 없다. 그러나 이번에도 비용의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비쉐라 8350를 장바구니에 넣었다. 또 생각해보니 20년된 금성 냉장고 소리나는 AMD 기본 쿨러를 다시 쓰고 싶지 않았다. 저가형 끝판왕 바다2010 쿨러도 같이 담았다. 용산 직접 가기 귀찮아서 퀵서비스로 배송을 받았다.

'안녕 데네브야' 하면서 이 사진을 찍을 때만 해도 사건이 이렇게 커질 거라고 예상할 수 없었다.

























 바다 2010 쿨러는 메인보드를 들어올려서 쿨러 지지대(사진상 쿨러 밑 빨간판) 전체를 바꾸는 구조라 귀찮아서 안 샀던건데, 간만의 의욕이 큰 화를 불렀다. 보드에 연결된 모든 케이블들을 다 제거하고, CPU를 바꾸고, 새 쿨러를 장착했다. 예전 문방구에서 2500원짜리 미니카를 조립할 수 있던 유년기를 보낸 사람이 드라이버 사용법을 잊지만 않았으면 할 수 있다.

 그러나 다시 연결을 하던 중 메인보드의 SATA 슬롯 하나가 인식이 안되는 것을 발견했다. cmos에선 인식을 못하는데 윈도우에선 인식이 됐다 안됐다 하는 기현상이다. 지금까지 asrock꺼 메인보드를 5개를 샀는데 그 중 4개가 문제가 생겨서 AS를 받았었고 (내장랜이 문제를 일으킨 경우가 두번, 부팅 직후 프리징 두번) 이제 다섯번째 AS를 받으러 갈 시간이다. 용산에 또 가기 너무 귀찮아서 슬롯 하나 버리는 셈 치고 안갈까 생각도 해봤지만 언젠가는 다른 고장을 일으킬 ass-rock 보드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새겼다. 무상보증기간은 소중하다. 그리고 메인보드는 기가바이트를 써야한다.

 월요일 일찍 출발해 리퍼 보드로 교환받았다. 대부분의 컴퓨터 부품들은 직접 방문시 수리 대신 리퍼로 AS를 진행한다. 특히 보드같이 이것저것 기능 많이 들어있는건 얼핏 생각해도 일일이 그 자리에서 점검해 문제있는 부분 수리해주는 대신 리퍼 제품을 주는 것이 속 편할 것 같다. 용산 간 김에 sata 케이블도 다시 싹 사왔고 집에 돌아와 컴퓨터를 다시 조립했다. 그런데 케이스 측면 쿨러와 파워에서 나오는 케이블을 연결하는 케이블 상태가 메롱이라 잘 들어가지도 않고, 기껏 끼워놓으니 덜덜 거리며 쿨러가 돌아간다. 측면 쿨러 하나 새로 사야겠다 생각하며 빼려니 안 빠진다.......어? 철제 자로 후벼가며 겨우 뺐더니 진이 빠진다.  

 사태가 거기서 끝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발열 때문인지 와우만 켜놓으면 블루스크린이 뜨고, 자주 시스템이 프리징된다. 혹시 몰라 포맷까지 해봤지만 프리징이 계속되는 걸로 봐서 발열이 맞는 것 같다. 소거법을 사용하면 새로 장착한 CPU 이상일 확률도 있겠지만 부품 특성상 불량이 잘 없고, 리퍼받은 보드가 문제일 확률도 없는 것 같고,  FX 8350가 발열이 심하니 아마 발열 문제가 맞을 것 같다. 쿨러를 두개 정도 사서 케이스에 달까 하다 속편하게 아예 케이스를 사기로 했다. 연식이 꽤 된 케이스라 요즘 나오는 쿨러 덕지덕지 케이스보다 발열에서 불리하긴 하다. 며칠동안 시달린 내 꼴을 본 여자친구가 보다못해 자기가 사준다고 장바구니에 넣으란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우선적으로 케이스 쿨러가 4개 이상 달려있는 케이스를 골랐고 GMC V1000 팬텀, 잘만 Z5 을 놓고 고민했는데 들려오는 소식으로 브라보텍이란데서 나오는 스텔스 EX가 괜찮댄다. 보통 미들타워보다 커서 처음엔 별로 마음에 안들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빅타워면 내부 공간이 많아서 선정리 안해도 될 것 같아서 냉큼 질렀다. 이미 성질이 날카로워질대로 날카로워져서 케이스도 퀵으로 바로 받았다. 

 다음은 재조립기. 자세한 스펙이나 상세 사진은 광고쟁이들이 잘 올린다.



 미들타워 케이스 뒤 스텔스EX가 확실히 높고 크다.


 기존 케이스 내부. 분해를 시작하자.


 파워를 분리했다. 꼬불꼬불하고 징그러운 케이블들.


 메인보드를 떼어내다 참사 발생, 스페이서가 나사에 붙어버렸다. 저러면 새 케이스에도 안들어가서 어떻게든 분리해야 한다.


 홍성흔의 좌중간 타구를 낚아채는 조동화처럼 번개같이 철물점에 달려가서 라디오 펜치 같은 거 주세요 그러니까 아줌마가 시계 드라이버 세트를 주며 라디오 고치려면 이런 게 필요하단다. 나사랑 스페이서가 붙어서 그거 잡고 떼낼 공구가 필요하다고 설명을 하다 표정 보니 백날 설명해도 못알아들을 것 같아서 '뻰찌 비슷한거' 보여달라고 해서 플라이어삼.  


잘 안쓰더라도 공구세트가 있으면 좋겠다. 분해의 역순 조립을 시작


SDD를 하드 거치대에 고정시킴

                          
하드를 끼웠다. 


 요새 나오는 케이스들은 파워를 하단에 장착하는 경우가 많다. 파워 팬은 흡기라 케이스 하단에 먼지 필터가 없으면 먼지를 다 들이마시니 팬을 위로 가게 하는 것이 낫다.


 보드를 고정시킴


 옆판 모습. 우측 상단에 보드 쿨러 지지대가 보이는데 사제 쿨러 쓸 사람들은 보드 안 떼고도 달 수 있음. 


 공간도 넓은데 선정리를 귀찮게 왜 함 


 케이스 옆판이 아크릴이라 지저분해보여서 잠깐 선정리 다시 할까 고민했지만 난 이미 모든 기력을 소진했음. 

 아무튼 이렇게 시스템은 완성되었고, 이젠 본격적으로 CPU 업그레이드 후기를 적자면 우선 퍼포먼스 부분은 기대한만큼도 못했다. 특히 와우는 그동안 내부적인 업그레이드는 있었더라도 워낙 오래된 클라이언트라 멀티코어 지원이 시원치 않고, CPU 클럭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게임이라 4코어 3.2 ghz 데네브나 8코어 4 ghz 데네브나 큰 차이가 있을거라 생각하지는 않았다. 옵션이 미세하게 조정된 것을 감안해도 25인 레이드에서 각종 이펙트 많은 구간 평균 18~20프레임에서 22 정도로 바뀌었을뿐 안정적인 30+ 프레임은 나오지 않았다. 가격 면에서 비교해보면 지금 메인스트림급인 인텔 i5 4670과 하이엔드급인 AMD FX 8350은 가격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인코딩이나 배틀필드4 정도에선 코어 깡패 8350이 더 앞설지 모르겠다만, 내가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도 인텔 최적화에 더 신경쓸텐데 의미가 없을 것 같다. 즉 벤치에서 보여주는 수치 외 실제 체감은 그다지 없는 업그레이드였다. 두세대 (불도저를 비쉐라 이전 세대라 치면) 전 메인스트림 CPU와 현세대 하이엔드 CPU의 차이라고 느껴지지 않는다. AM3+를 버리지 않는다면 한계가 명확할테고, AM3+를 버려도 인텔과의 격차를 따라잡을 수 없을 것 같다. 내년에 나올 스팀롤러에도 완전히 기대를 접었다. 

 발열은 아이들 40도 로드시 50도 정도로 이전 데네브와 비슷한 수준이다. 동일 시스템 하에 발열을 더 잡으려면 쿨러 돌아가는 소리를 감내해야 해서 그러고 싶지도 않다. AMD 기본 쿨러는 무시무시한 굉음을 내서 내가 하고 있는게 게임이 아니라 우주선 엔진이라도 만들고 있는건가 싶을 정도인데, 그에 비하면 바다2010은 조용해서 좋다. 이만큼 가성비 좋은 사제 쿨러를 찾기도 어렵다.

 짧은 요약

 1) 가성비고 뭐고 게임할거면 인텔-지포스가 답이다
 2) 중급형 이하 메인보드는 기가바이트
 3) 바다2010 좋아요 - 근데 저거 쿨러 위치 반대로 단거임 

 그 외 반전

 와우켜놓고 스팀켜니 갑자기 블루스크린이 또 보여 식겁했으나 램을 다시 꽂아준 뒤 아직까진 잠잠하다. 지친다 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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